조상귀신들의 추석 차례상 평가회의 취재기

 

이번 추석 차례상은 어떤음식을 올려드렸습니까?

 

추석 차례상이란 추석날 아침에 올리는 것으로 '올 한햇동안 농사를 잘짓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라는 의례적인 제례법입니다.

 

그렇다면 전통의식을 주장하시는 분들은 조상들이 좋아하고 즐겨했던 풍습에 맞춰 그에 맞는 음식으로 차례상을 차리는 것이 예의라고 말합니다.

 

그에 반해 젊은 세대들은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현대 음식에 맞는 차례상을 차려도 예의에 어긋나지 않고 조상이 현대음식을 좋아하셨다면 오히려 장려할 만한 예법이 아니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조상귀신 몇몇이서 이번 차례상을 평가하는 평가자리에 취재를 다녀왔습니다.

 

 

1번 조상귀신 : 손주 태어날 때 소 한마리 잡아 동네 잔치한 조상

나는 이번 손자네집에 갔더니, 웬 못보던 빈대떡이 보이길래 웬 떡이냐하고 한 입 물었다가

누린네가 나서 다 뱉어버렸네. 아이들 떠드는걸 보니 그게 뭐 치즈피자라나 뭐라나....

 

 

 

2번 조상귀신 : 다리가 불편한 손주를 매일 업고 학교에 등교시킨 조상

그래도 당신은 손자들 손으로 만든 음식을 보기라도 했네 그려...

나는 손주 며느리가 핑계인지 모르지만, 음식 솜씨가 없다고 하면서 음식을 모두 주문했더군

그러니까 정성들인 음식이 한가지도 없어서 걍 나오려고 뒤를 보니 절도 안하고 기도만....

 

 

3번 조상귀신 : 손주가 보고 싶어 매일 역전에서 기다리다 얼어죽은 조상

당신들은 음식이라도 구경했나보네 그려....

나는 손자네집에 갔더니 음식은 안보이고 무슨 화면의 차례상을 보고 절을 하더군,

그래서 유심히 보니 인터넷 차례상이라나 뭐라나 하면서....조상이 그 화면에 있나봐....

 

 

4번 조상귀신해외여행 시켜주겠다고 노래부르던 손주를 둔 조상

당신들은 못먹는 음식이라도 봤고 손자네집이라도 가봤구먼....

나는 작년에 갔던 손주네 집이 이사를 갔는지 모르지만, 집문이 잠겼더라고,

그래서 그냥 돌아오려는데 집안에서 개짓는 소리가 나길래 베란다로 가보니

주인없는 개 한마리만 앞에 모아놓은 개밥 앞에서 나를 보고 짖어내더군,

하늘로 더 높이 올라서 봤더니 가족 모두가 해외여행 중이라서....차례상은 무슨....

 

 

사회를 맡은 '왕 귀신' 왈...

내년 추석 때를 기다려봤다가 벌초해주는 후손에게는 취직의 복을 내리시고

올해와 똑같거나 더 못된 후손에게는 벌을 주세요.

 

그리고 서운해 하시는 여러분께는 후손들의 모든 시험 채점관으로 임명합니다.